▒ 내 안의 斷想 ▒

동계철야용맹정진

松 河 2016. 6. 28. 12:42

동계 철야 용맹정진을 지켜보며.....



 

2016116일 오후

겨울 동장군은 저만치 멀리 있어, 꽁꽁 싸맨 군더더기 옷은 풀어 헤쳐야 할 듯 한

오후의 산사.....

고즈넉한 산사로 가는 길은 마치 여행자가 길 떠나는 듯 여유롭기까지 하다.

 

동계철야 용맹정진!

매년 반복되어 온 재학생과 졸업생이 어우러져 붓다행을 새기는 결의의 날이기도 하지만 동문간 교류하며 화합하는 어쩌면 축제의 날이다.

(이 불자는 그렇게 정의하고 싶다)

 

어둠이 내려앉으며 하나 둘 모여든 도반들이 어느덧 대불전을 가득 메우고 혹여 얼어붙은 몸과 마음이 있을 새라 뜨거운 차를 권하는 손들이 분주함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누구라 얼굴내지 않으며, 200여명의 도반들을 섬기려는 공양간도 분주하고 준비하여 나누어 담는 손들도 분주하다.

 

행여 추울까 입고 끼고 온 우리네 도반들은 부처님 전 합장 삼배의 예를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여느 해 1월의 겨울처럼 춥지 않음에 감사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음이 화롯불 가 고구마 굽는 가마에 모여 앉은 모습들처럼 정겨웁다.

 

이렇듯 우리 모두의 모습을 감싸 안으며 짙어져 가는 어둠 속의 동화사 경내모습은 사진 속의 남겨진 잔영이라 표현해도 될 듯.......

 

타종과 함께 법회 시작의 알림.

우리의 지혜를 열어주기 위해 먼 길 마다 앉고 발걸음 해 주신 포교원 신도국장 스님이신 덕산 스님의 법문과 지혜 스님의 법문은 아마도( 필자는 밖에서 뜨거운 차를 끓이며 찻집 자리 지킨다고 불전 안에 들어가 있지 못해 짐작하기로....^^) 모든 용맹정진 참여 도반들에게 밝은 전도의 광명을 주었으리라....본다. ^^

 

이어진 죽비소리에 맞춰 올리는 에는 다들 한 몸 같은 절도가 있어 보이고 경건하기까지 하다. 또한 열외인인 이 불자가 바라 본 법당 창으로 비쳐 나오는 죽비 소리와 대중의 옷깃 사부작대는 소리(가슴으로 들리는 소리 ^^)는 참 아름답고 신선한 리듬이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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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죽비 두드리는 소리는 동화사 경내를 규칙적 리듬으로 파고들게 하고 밤이 깊어... 깊어.... 점점 자정이 되어 갈 무렵

공양간 봉사지기들의 손놀림은 더욱 바빠진다.

봉사 주관 57야간반 법우들의 콩나물 다듬고, 쌀 씻고, 많은 인원이 먹을 밥의 양 조절과 콩나물 갱시기에 들어 갈 김치 다지는 놀라운 칼부림(?)의 신공 등은 이전에 보아오던 법우들의 모습이 아니라 저마다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훈련된 병사들의 모습이라 표현해야 할 듯....그러나 그 모습에서 보살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니 과연 처처불상사사불공(處處佛像事事佛供)의 불도행을 행하는 불자들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나무관세음보살()()() ^^

 

먹는 즐거움을 선사한 한 밤중의 콩나물 갱시기 한 그릇은 도반들의 우애를 한껏 북 돋우고, 가족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여 너무나 편안한 신행의 밤이 되었으리라....

 

이윽고 출세간과 속세간이 다를 바 없다지만 출가 스님들의 산문에서의 수행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documentary) 한 편은 고행이 따로 없구나를 상기할 수 있었고, 삼보의 중함을 다시금 새겨 볼 수 있게 하는 明察의 시간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아울러 연이어 시작된 또 다시 염불을 외며 죽비소리에 맞추는 도반들의 정진 모습은, 붓다의 깨달음을 발현해 내어 견성하고자하는 진정 불자의 참 이 서린 몸짓이 아닐까....

여기까지가 새벽 3시의 수행정진의 현장이며 이 불자가 지켜 본 모습.

 

이 심약한 불자...

아래 위 구분 없이 들어붙는 눈꺼풀의 무게에 더 이상 지켜 볼 수 없었음을 참회합니다.

남겨진 도반들의 철야수행정진 모습을 뒤로하고 회향하였음을 참회합니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이불 속으로 파고 든 것을 참회합니다.

이렇게 108참회에 세 가지를 더해 111참회 할 것을 약속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으로 이 글을 적습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들려오는 죽비 소리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귀에 울리고 울림으로 들은 죽비소리는 아마 1080을 넘었으리라 봅니다. 또한 그 소리에 맞춰 절을 행하던 우리 도반들의 모습은 육도윤회를 멈추고 해탈에 드는 광명의 모습이 아니었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동계철야용맹정진!

혹한의 추위 속에 고행하는 모습을 그렸었지만, 그리 혹한이 아니었기에 동참정진하신 모든 도반님들의 공덕이 모여 부처님의 가피가 되어 돌아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며....다음에 다시 모여 거대한 원을 올려보길 기대하며 그림처럼 남은 기억을 접습니다.

 

                                                                                    2016118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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