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게임
미분양아파트가 전국 13만 가구를 넘어서며 첩첩히 누적되어 경기가 어렵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되어 버렸다. 전국적인 이러한 미분양 물량 중 지방이 차지하는 물량이 82.5%에 달한다고 하니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 여간 큰 부담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다. 이에 정부는 지방경기 회복이라는 명분으로 미분양해소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양분된 계층의 이해득실에 따라 또 다른 내홍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간 조심스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즉 해소책에 따라 이익을 볼 수 있는 층과 그렇지 않은 층으로 구별이 되어 마치 먹고 먹히는 제로섬 게임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피해의식을 가진 층의 반발이 생기면 어찌하나 하는 조바심을 감출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제로섬 게임이란 게임의 참여자들이 다 같이 동시에 이득을 보거나 손실을 볼 수가 없는, 승자와 패자가 정확하게 구분되는 상황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참가자의 이득과 손실의 총합이 “0”이 되는 게임을 말하며, 일정한 파이를 가지고 내가 많이 먹겠다고 싸우는 게임을 제로섬게임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번 대책을 살펴보면 인구 감소, 공급과잉, 지역경제 침체 등 3대 악재로 거의 빈사상태인 지방 부동산시장에 다소 온기를 불어넣고자 하는 취지가 저변에 있다 하여도 면밀히 검토 할 경우 건설업체의 과실을 지역경기 위축을 이유로 면죄부를 주었다는 반발과 장기적으로 새로운 부익부 빈익빈을 만들어 내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음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분석해 보면
첫째, 금융적인 면에서...
지방 미분양 주택에 한해 분양가를 10% 이상 내릴 경우 LTV (주택담보인정비율)를 70%까지 상향 조정키로 하였다. 이는 분양가를 10% 이상 내릴 경우 또는 상응하는 수준으로 분양대금 납부조건을 완화하는 주택에 대해서만 적용이 되며, 이럴 경우 은행, 보험 등에서 집값의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어 내 집 마련에 있어 금융권의 조력을 받기가 쉬워질 것도 같다. 하지만 이는 달리 생각해 보면 문제점을 쉬이 발견 할 수가 있다.
우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9%대에 이르고 있어 서민들의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분양가를 10%이상 낮추어 주는 건설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택을 구입하였을 경우 높은 금리 부담 때문에 장래 기대이익에 대한 욕구를 충족 할 수 있을런지도 관건이다.
둘째, 거래세 부분에서....
현재 미분양 상태인 지방의 주택을 내년 6월말까지 구입할 경우 현재 분양가의 2%를 내야 하는 취·등록세로 1%로 낮추는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하였다.
이 또한 달리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중대형 면적 미분양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취. 등록세를 비록 1%로 낮추어 준다하여도 과연 그 때문에 주택을 사고자 하는 수요가 얼마나 발생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치솟은 몇 억이 넘는 아파트를 구입하며 혜택을 보는 층은 서민이 아닌 부자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셋째, 양도소득세 부분에서....
정부는 일시적 1세대 2주택 허용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늘려 갈아타기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방의 미분양주택을 구입한 뒤 기존 주택을 2년 이내에 팔면 양도세가 면제되며, 이는 2009년 6월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이 된다.
이는 장기적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수요자들에게는 잘된 것이라 보여 지나 이 또한 달리 보면 고 분양가의 아파트를 취. 등록세 부담의 완화 혜택을 보며 구입한 부자들에게 양도소득세 부과 연장이라는 추가적 혜택까지 부가하여 주는 것이 아닌지...
넷째로 임대사업 기준 완화 측면에서...
매입임대주택을 구입한 뒤 이를 5년만 임대하면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합산에서 배제하기로 했다는 것과 (지금은 10년간 임대해야 혜택이 주어진다)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택의 규모도 전용 85㎡이하에서 전용 149㎡이하로 확대하기로 하였다는 것....
이는 현재 중대형면적 위주로 남아 있는 미분양물량을 해소하기 위하여 부득불 불가피한 조치라고 보여 지며, 필자도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하여 완화의 필요성을 주창했었다. 하지만 순기능 뒤에는 역기능도 자리하고 있으며 장차 이를 통한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합산에서 배제라는 면제 혜택은 순전히 부자들의 몫이 되지나 않을까...따라서 양극화 심화의 전초가 되지 않을까....그렇게도 본다.
정부가 미분양 해소대책을 발표하면서 많은 고심을 한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지방의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 풀기는 풀어야겠는데 너무 많이 풀면 투기의 재현이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에 구입시기와 기간 등을 정해 최소화 시키려는 노력을 보인 것이다.
이제 어찌되었든 미분양 해소 대책은 발표가 되었고 이러한 미분양해소대책을 두고 구매자들과 건설업체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해 부자와 서민 그리고 건설업체 3자의 반응이 엇갈린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한다.
마치 일정한 파이를 두고 서로 물러서지 않을 것처럼 그렇게.....
건설사 입장에서는 금번 미분양 대책이 미흡한 조치로서 미분양 해소에 별로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추가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고, 구매자 중 서민층은 지역경제의 위기를 이유로 해서 건설사의 과실을 정부가 앞장서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혹평을 하며 반발하고 있고, 부자는 위기는 기회라는 표현을 써가며 새로운 기회가 오고 있음을 감추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삼자의 조율은 맞추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필자는 결론적으로 지역경기회복이라는 명분으로 미분양해소대책과 부동산경기부양책을 내어 달라고 하는 건설업체와, 자유시장경제논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시장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와중에 정부가 개입함으로서 건설업체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서민층 그리고 기회가 오고 있음을 직감하는 부자들 사이에서의 한판 게임이 마치 제로섬 게임 같아 관전의 스릴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고자 한다.
2008년 6월 22일
'▒ 나의 칼럼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동산 시장 회생방안에 관한 소고 (0) | 2008.07.18 |
---|---|
변화에 따른 부동산 투자 방법 (0) | 2008.06.29 |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 (0) | 2008.06.10 |
주택시장 침체의 원인 (0) | 2008.05.06 |
네 탓이다... (0) | 2008.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