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칼럼 ▒

매일신문 7.26일자

松 河 2006. 7. 27. 19:28
 

피로스의 승리

우리는 흔히 실속 없는 승리 또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얻은 승리를 “피로스의 승리”라고 표현 하곤 한다.

피로스(Pyrrhus)는 기원전 3세기쯤 북부 그리스 지방에 있던 에페이로스의 왕이다.

병법의 대가인 그는 당시 로마제국과 맞서 싸워 승리를 거둘 만큼 전략과 위세가 뛰어 난 인물이었으며 역사가들이 알렉산더 대왕에 비교 할만한 인물로 다루는 훌륭한 지도자였다.

그러나 피로스 왕은 로마군과의 두 번째 전투에서 승리하기는 하나, 엄청난 피해를 보면서 간신히 승리를 한다. 이후 ‘실속 없는 승리’ 또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간신히 얻은 승리’를 ‘피로스의 승리’라고 부르고 있다.


요즘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어렵다고들 한다.

소수의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거두어 대다수 가나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수많은 정책을 홍수처럼 쏟아내고 있는데 어찌하여 어렵다고들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경기 침체를 맞이한 탓도 있을 것이라고 보지만, 우선 떠오르는 것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인한 서민들의 심리적 공황이 아주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현 정부는 부동산과의 전쟁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부동산 투기만은 잡겠다고 공언하였지만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장화는 막을 수 없었고, 집 값 안정화를 이루겠다고 그렇게 큰소리 쳤지만 오르는 집값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제 대다수 서민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점점 멀어지게 만들었고, 자신들의 생활을 더 어려워지게 만들어 힘들어지게 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대다수 서민들이 어려워하며 힘들어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변화는 있을 수 없다면서 그 의지를 꺾으려 하지 않고 있다는데 현실적 문제가 있다.

냉정하게 생각하여 실거래가 제도 정착, 부동산을 통하여 얻은 소득에 대한 조세의 징구 등 정부가 실현하고자하는 정책이 다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정책이라는 데는 이설이 없다 하여도 그 집행 과정에서 대다수가 고통스러워하며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한다면 재고의 소지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정부는 정책의 변화는 있을 수 없으며 시종 일관 밀어붙이겠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렇게 하여 정부는 무엇을 얻고자 함일까.

결국 한다면 한다는 것을 보여주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 하여도 피로스의 승리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부동산 시장은 공시가격으로 3500조원이 넘는 거대한 시장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러한 거대시장을 일반 공산품 시장과 같이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통제하려 하기 보다는 시장 논리에 맡겨 저절로 정화가 되도록 모르는 척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어떠할까 생각 해 본다. 물론 이렇게 하여 시장이 저절로 안정이 되도록 기다리기까지는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 할 것이다. 다시 부동산 투기가 성행 할 지도 모르고 가격이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거래가 신고 및 양도소득세 등의 합리적 조세제도가 뒷받침 된다고 본다면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필자의 訴告이며, 지금은 강하게 밀어 붙여 엄청난 대가를 치른 피로스의 승리처럼 결과를 얻어 내려고 하는 것 보다는 꾸준히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2006년 7월 9일


                                                                  김 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