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보5월 24일 자
대구 리노베이션 정책
지역 전체가 지방선거에 출마한 각 후보자의 로고송 소리와 지원 유세로 시끌벅적 한 것을 보니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나 보다. 그런데 선거 유세에 따른 이런 시끄러움(?)이 필자에게는 오히려 도시 전체가 활력이 생겨난 것 같다고 느껴지니 스스로 생각해도 실소를 금치 못하는 판이다.
얼마 전 대구시장 후보의 선거 공약과 관계없이 2010년까지의 대구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주거환경정비가 가능한 정비예정구역이 277곳이 발표가 되었다. 그동안 안(案)으로서 공고가 되어 있었던 내용이지만 이러한 확정 발표를 보며 필자는 금번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전면 재검토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난개발을 막기 위해 선(先) 계획, 후(後) 개발의 취지에서 나온 대구정비계획이, 각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과 다소 또는 큰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대구의 발전을 위한다는 그 근본은 방법론에 있어서 다소 다를 뿐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 보기로 하며, 부디 장기 발전기본계획으로 제시한 대구시 청사진과 단절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안정 속에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도시개발 분야의 공약과 평가
김범일 대구 시장 후보는 “대구는 그동안 R&D기반확충, 재정 건전화 등 기초체력을 다져온 터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준비가 돼 있다”면서 산업화, 고용, 경제성장에서 등에서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도록 목표를 세워 재임기간 중 이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지난번 이재용 후보가 제시한 대구뉴타운 계획에 이어 대구도시디자인위원회를 구성해 미래 대구 모습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도시 미래상을 제시하겠다는 도시개발 부문 공약을 매니패스토 운동 차원에서 짚어 보자.
그는 특히 도시개발 부문 공약으로 침체된 도심기능의 활성화와 도시 난개발을 정리해 도시이미지를 혁신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도시디자인위원회를 만들어 도시 전체를 리노베이션하겠다는 것.
도시 리노베이션의 구체적 계획으로는
△동대구 역세권 단계적 개발
△환경친화적 금호강변 개발
△3공단의 첨단 복합단지로 리노베이션
△미군기지 주변 낙후지역 개발(현재 3개인 미군 기지를 캠프워커에 통합)
△도시철도 3호선 조기완공 등의 사업계획을 제시했다.
제시된 도시개발부문 정책 중 동대구 역세권 단계적 개발과 환경친화적 금호강변 개발, 미군기지 주변 낙후지역 개발, 도시철도 3호선에 대한 공약은 그동안 대구시에서 추진해 오며 성과물로 나타내지 못한 정책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비난 가운데서도 한탕주의 공약에서 벗어나 실현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것이라는 평도 있는데 어쨌든 그동안 대구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 등에서 이미 밝혀진 내용들이라 많이 듣던 말들이며, 이를 곰곰 생각해보면 기존 추진해 오던 사업과의 연계성을 강조하다 보니 다소 소극적이고 무언가 새로운 비전의 제시에 있어서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대구도시디자인위원회를 만들어 대구의 색깔을 찾고 도시전체를 리노베이션 하겠다는 공약에 있어서, 후보의 도시 발전에 대한 소견을 짐작 할 수 있으며, 결국 뉴타운 계획과는 차이를 보이지만 대구의 장기 발전상과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이처럼 대구시의 난개발에 대한 인식은 어떤 후보라도 인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뉴타운이든 리노베이션이든 그 방법론에 있어서 달리하고 있을 뿐 목표는 같다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리노베이션의 일반적 정의
리노베이션은 리모델링, 리폼과 비슷한 의미로 공간의 기능과 성능을 고도화하는 비교적 대규모의 개보수 공사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낡은 아파트나 주택의 내부를 개조하는 것, 주택 등 주거시설을 상업시설로 고치는 것 모두가 리노베이션이다.
리노베이션은 크게 건출물의 외관만 수선하는 방법, 건축물의 내 외부를 고치는 방법, 증개축을 통해 건물을 전문적으로 고치는 방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리노베이션은
△저렴한 비용
△새로운 이미지로의 변화
△재산가치 상승효과(리노베이션이 완성된 건물은 신축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기능성 및 미적가치가 증대되어 개별적으로 부동산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법적용 혜택(구 건물 신축 당시의 건축법이 적용되므로 건물 규모에 전혀 손댈 필요가 없다)
△공사조건 유리(공사제약조건이 적고, 공사기간이 짧은 것이 장점이다.
또한 공사 중 자주 발생하는 소음, 분진 등으로 인한 이웃과의 마찰이 적기 때문에 각종 민원을 예방할 수 있다)
△건축물재활용 면에서의 환경친화성(폐기물 등의 감소 효과) 등의 장점이 있다. 또 건물을 주거환경정비사업, 재건축, 재개발, 도시환경정비사업 등으로 철거 후 다시 신축하는 개발 사업과는 달리 도심 리노베이션 사업은 단점 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할 수 있겠다.
◇정책 추진시 유의해야 할 사항
그러나 이처럼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사업이라 하더라도 사업 시행 주체가 뚜렷하게 지향하는 바 없이 단순 리모델링을 일삼는다면 이것은 새로운 난개발로서 철거 후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 보다 못한 정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문제점으로 제기 될 수 있는 점들을 정확히 파악 한 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가지고 도시 리노베이션에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 계획의 집행 과정에서 거론 될만한 총체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사업의 구체적 범위 및 추진 목표의 미 제시
△대구도시디자인위원회의 구성 및 인재 풀 활용 방안
△도시 전체의 리노베이션 시 사업을 추진 할 수 있는 사업 수단과 제도의 정비
△재정, 세재 등의 공공지원 근거 미비로 인한 시가지 조성 한계의 문제
△재개발, 재건축의 추진 불가능에 따른 불만과 재건축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간 이견 및 갈등 조정 방안
△기존 도시정비사업계획과의 상충과 도심개발의 방안으로서의 리노베이션 시행의 시기 △리노베이션을 추진 할 전문 인력의 수급 △재원 조달 방법 등이다.
이외에도 많은 문제점을 발견 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문제를 제기하여 어려운 상황을 조성하고자 하는 데 의의를 두지는 않는다.
단지 대구시민의 한사람으로서 필자가 바라는 바는, 자꾸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가 아니라 날로 번창하는 도시, 먹고 살기 어렵다며 날로 삭막해지는 도시가 아니라 사랑과 의리가 가득한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아울러 매니패스토 운동이 활발해진 이유가 무엇인지를 각 후보들은 파악하여 대구시민들의 힘든 가슴에 빌 공(空)자 공약(空約)으로 생채기를 남기지 않았으면 한다.
또 각 후보들의 공약이 나름대로 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것저것 장점만 가려내어 하나의 안건을 만들고, 거기에 맞춰 도시개발을 해 나간다면 훗날 훌륭한 대구를 만들어 놓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누가 시장 당선의 영예를 얻는다 하더라도 넓은 포용력으로 대구시민들의 원하는 바만을 추진하는 그런 시장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김영욱<대경대 교수. (주)부동산써브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