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나무 벤치 ▒

지엄화상이 의상에게 노래함

松 河 2016. 5. 23. 10:20

석남사

  

"소리가 나는 침묵 속에

모습이 나타나는 공간 속에 

시간이 사라지는 고요 속에

마음 밝힘의 씨앗이 있음을 알라.

 

소리가 사라진 적막 속에

형상이 없어진 빈 자리에 

시간이 되돌려진 폐허 위에

눈 밝음의 열매가 있음을 알라. 

 

밝음의 길은

우주의 神秘 속에 있고 

밝음의 문은

그렇고 그런것 속이 있는데,

 

마음은 또 무슨 죄가 있어

날마다 속 태우고 

몸은 무슨 벌을 받아

밤마다 재가 되던가. 

 

있다. 없다. 좋다. 밉다.

잊고 나면 허공뿐일 인간사인데 

마음은 구름을 좇게 놓아 두고

몸은 바람따라 가게 두지.

 

갈 곳 몰라 맴돌던 사연들도

무상과 윤회 속에 다 부서지는데 

어깨 위에 얹힌 인과

여기 이곳에서 풀고 가세.

 아리고 쓰린 것이 삶이어도

작은 내가 소중해 지면 

저 허공도 비좁고

저 별도 등불이다.

 

물결같은 소리들도

불길같은 침묵들도 

마음 이해하고 세상 깨달으면

모두가 꿈이거니... 

 

 나를 내 마음대로 못하는

내가 싫어 돌아서다가도, 

또 다시 남모르게 찾아 보는

그대는 주인인가 나그네인가

 

뉘 있어 주고 받을 마음인가

거울을 다시 보아도 

남이 아닌 나이거니

스스로를 반기어라".

 

                                                              <지엄화상이 의상에게 노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