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 + 1 마케팅」?
「아파트 1 + 1 마케팅」?
지역 내 미분양아파트 물량이 줄어들고 있지 않는 가운데 최근 모 경제지에 「아파트 1+1 마케팅」이라는 제하에 한 채 사면 한 채는 덤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소재「월드메르디앙」아파트라고 한다. 내용인즉 197㎡형(구59평형)을 한 채 구입하면 대구시내의 다른 아파트 109㎡(구 33평형) 한 채를 덤으로 준다는 것인데 (다른 아파트 한 채가 어디인지는 대구시민이라면 거의 짐작하고 있겠지만 또 다른 미분양 현장이다. 따라서 푸짐하게 선심 쓰는 척 하면서 골치 덩어리를 해결하여 일거양득을 꾀하려 하는 것 같다) 참으로 기가 막힌 발상(?)이라는 차원을 넘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 탄복을 할라 치면 감탄이라고 표현하면 되겠지만 너무 기가 막히면 경악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기가 너무 막히다 보면 코도 막힌다고 하는데 그 발상이 어이가 없어 개탄을 금치 못하게까지 하는 것이다. 슈퍼마켓에서 세제 하나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이 무슨 해괴한 발상인지 모르겠다는 간곡한 표현인데 못 알아들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러한 마케팅 방안이 나오기까지 미분양 해소에 대한 시원한 해답이 없는 상태에서 얼마나 많은 경영 압박을 받았기에, 얼마나 속앓이를 하였기에..... 라는 안타까움을 가지지 않는 건 아니나 기껏 내부적 의사 결정과정을 거쳐 나온 해소책이 이런 것이냐 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그나마 먹었던 그 안타까움 마저도 목구멍까지 저절로 튀어 나오는 비난으로 바뀌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아무리 우리 지역 내 미분양 물량이 3월말 기준 16,002세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11,335가구로 전국 최고 수준을 달리며 침체의 골이 깊어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더라도, 미꾸라지 한 마리가 지역 부동산시장을 온통 흐트러뜨려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같은 비중의 경영난을 겪으며 같은 시름을 가진 다른 미분양 업체가 잔뜩 남아 있는 상태에서 나만 살고자 하여 남을 생각하지 않는 발상으로 부동산 유통 시장을 흐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그것은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자신마저도 죽이게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必生卽死 死必卽生(살고자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어록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실소가 머금어 진다.
물론 부동산시장이 이렇게 어려워진 걸 두고 어느 단편적 시각으로 해석할 수야 없겠지만 뒤돌아보며 부동산시장을 시나리오처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써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여 글로벌 경제 위기가 초래된 이후 미분양물량이 늘어나며 경기가 어려워지자 어느 업체라 할 것 없이 온갖 마케팅기법을 동원하여 분양에 혈안이 되는 시기가 도래하였고, 중도금 후불제에서 무이자로, 확정계약금제, 동. 호수 지정계약제, 빌트인 가구 도입, 원금 보장제, 프리미엄 보장제, 자동차 사은품 증정 등등을 선보이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지 않자 급기야 건설사에서는 음성적 할인판매를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구매자들은 구매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콘크리트화 되어만 갔다. 어떠한 외부적 충격에도 끄떡도 하지 않는 콘크리트처럼 이제는 무엇 무엇을 어떻게 해주겠다고 아무리 유혹을 해도 구매 예정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건설사의 높은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 그랬다 하더라도, 때 맞춰 정부에서 조차 반값아파트 공급, 보금자리 주택 수만호 공급, 분양가격 인하율에 따라 양도세 감면율을 차등 적용한다는 발표, 미분양 아파트를 50%에 매입해주겠다는 발표 등 거듭된 미분양 해소책인 듯 아닌 대책을 발표함으로서 그나마 남아 있던 대기성 수요자들은 앞으로 더, 그리고 또 더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기에 이르렀으니 지역의 미분양, 준공 후 미 입주 아파트가 해소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하 세월이 되어 버렸다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어찌되었든 건설사에서는 악성 준공 후 미 입주 아파트를 전세로 전환하였고, 이는 드디어(?) 전세시장 마저 교란시키는 부작용을 불러와 임대사업자들 조차 두 손 두 발 다 들어 버리도록 하였으니 구주택이든 신 주택이든 다 팔리지 않는 빈곤의 악순환의 여파를 연출하게 되었다.
자! 이제 그동안 이리 저리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저질러 놓은 음성적 할인판매시장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할인판매를 서둘러 旣 분양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여 분쟁의 불씨를 지피고, 급기야 기 분양자들이 똘똘 뭉쳐 할인구입자 입주거부운동 등을 함으로서 같은 아파트에 같이 살아가야할 입주민 간에 반목을 조장하였고, 부동산유통시장에서 정상가로 사면 바보가 된다는 등식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었다.
이렇듯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듯 이전에 임기응변식으로 전세시장에 풀린 물량이 다시 재판매로 나와야 되는 시점이 도래하고 있는데... 고민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또 음성적 할인 판매시장 전면에 있었던 그 장본인이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끼워주겠다는 선정적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할거나....
필자는 그 여파를 가늠해보며 “그래 까짓 거 이왕 버린 몸 가는 데까지 가보자” 라는 오기가 발동하기까지 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겠다.
그동안 어느 일방(건설사)의 고통은 다른 일방(구매자)의 기쁨이 될 수도 있다고 부르짖으며 매수적기임을 강조하던 필자조차도 부동산 유통시장이 교란됨으로 해서 양방 다 괴로움을 느끼고 있는 상황의 도래와 부동산시장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돌발적 상황의 발생 등으로 사고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일반 구매자들은 어떠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필자는 아직까지 우리 지역의 정서를 제대로 잃지 못하고 교묘한 말장난으로 지역민들을 현혹하려는, 저만 살겠다고 막 튀어 버리는 건설사에 부동산업 종사자로서 분노를 표하며 옛 어른의 말씀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 지켜볼 따름이다.
요즘 필자는 잘되는 기업은 하부조직과 경영자가 똘똘 뭉치지만은 못되는 기업은 경영주는 경영주 데로 하부 조직은 하부 조직 데로 따로 놀며 각자의 이익을 챙기려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도한 바 있다. 살려고 하면 내부 조직 기강부터 바로 잡기를 권하며 지방 사람들이 어리숙한 것 같아도 다들 당수 팔단이므로 얕잡아 보지 말라는 경고도 보내고 싶다.
필자는 조만간 미분양이나 미 입주 아파트 해소에 도움을 주지도 못하고 “아! 이산이 아닌가벼” 라며 또 고민하고 있을, 부동산시장의 콘크리트화를 더 심화시켜 버려 빼도 박도 못하고 있을 당사자의 모습을 그려 보며. 오히려 떳떳하고 신선한 모습으로 지역민에게 다가오기를 주문해 본다. 어려움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사고 안사고는 구매자의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2010년 5월 13일